2023. 6. 19. 16:23ㆍ일상 이야기/나의 이야기
어디서부터 써내려가야할까요?
블로그를 개설하고 이 한줄 쓰는데까지 반나절이 넘게 걸렸습니다.
내가 뭘 하고싶은건지, 방향성이 뭔지, 어떻게 되고싶은건지도 어렴풋하게 그려졌기에
그랬기에 마음먹고 만든 블로그인데도 글쓰기 버튼을 누르기조차 망설여지네요
그렇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블로그고 자시고 처음은 자기소개부터 아닌가?
... 고민할 필요가 없던거였네요...ㅎㅎ
처음 카메라가 갖고싶다고 생각했던건 2014년 10월즈음 친구와 둘이서 일본여행을 다녀온 뒤였어요.
당시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진보중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괴물같은 느낌이 아니였기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갔던 생애 첫 배낭여행의 사진들이 많이 남지 않은게 너무 아쉬웠거든요
그렇게 카메라를 사겠다고 다짐하고 2년 뒤
전역을 앞두고 인생 첫 카메라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볍다, 뭐다.... 카메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이걸 고른 이유는
그냥 "이뻐서" 였습니다.
제 기억상으로 당시 카메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둥글둥글 크고 떡같은(...) 형태에
너무 커서 한손으로 잡을수도 없으면서 이쁘지도 않은
한마디로 못생긴 기계다 였지만, 이건 너무 예뻣거든요.
똑딱이디카같은 콤팩트함과 귀여움, 하지만 교환식렌즈에서 오는 메카니컬함
그냥 홀린듯이 구매했어요 그러고 전역하고 한두달 가지고놀았죠.
가지고놀았다. 굉장히 완벽한 표현이에요.
흔히 노출3요소라고 부르는 셔터속도, 조리개, ISO 같은것도 전혀 몰랐고 그걸 알아야하는지도 몰랐고
아웃포커싱이니, 보케니, 심도가 어떠니, 광각이니, 망원이니
그저 버튼 누르면 찰칵찰칵 소리가 재밌어서 어디 놀러가지도 않으면서 집에서 찰칵찰칵
네 맞아요. 저에게 A6000은 그냥 장난감이였어요.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어디 놀러다니기보단 집에서 게임을 하며 지냈어요.
알바도 하고 재학해서 공부 시작하고 자격증따고 졸업하고 취직할때까지
한두달 장난감취급당하다가 가방에 들어간 A6000은 그뒤로 약 5년을 가방속에서 잠들었네요.
그런 장난감에게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이였을까요?
오래된 기억은 이렇게 선명한데 근 1년밖에 지나지 않은일인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아마 "뭐라도 하고싶다." 였던거같아요.
제 직업 특성상 빠른 퇴근과 휴일이 보장되고, 업무가 없을땐 비는시간도 많은편이라
공허했거든요.
좋아하던 (지금도 좋아하는) 게임으로 채워보려했지만 느낌이 달랐어요.
액티비티한 취미가 필요한가 싶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운동을 시작했지만
역시 너무 안하던짓이라 오래가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이젠 옛날과 달리 괴물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가 문득
옜날에 샀던 그 "장난감"이 떠올라 꺼내봤어요.
이제는 작고 귀여운지도 사실 잘 모르겠고 화질은 스마트폰보다 훨씬 안좋은거같고
주인을 잘못만나 장난감에서 골동품이 되어버린 A6000을 만지작거리다가
며칠뒤에 있을 워크샵때 가져가봐야겠다 생각했고
그제서야 비로소 카메라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셔터속도, 조리개, ISO
단 세 개의 개념만을 익힌 뒤 찍힌 사진의 결과물을 처음 본 저는 충격받았어요.
분명 "장난감"인데,
분명 "골동품"인데.
내 아이폰12pro보다 훨씬 화질도 떨어지고 색감도 이상하고 보정도 안된
날것의 사진인데
너무 이쁜거에요.
좀 더 잘할수 있을거같았어요.
이제는 돈을 벌기 시작한 남자 직장인. 취미가 생기면 장비부터 알아보게 되죠 ㅎ
렌즈를 사고싶어졌는데 이제 막 카메라 초급중에 초급개념을 공부중인 초짜가
렌즈의 어떤것을 보고 사야하는지 모르는건 너무 당연했어요.
여느때처럼 저는 외형부터 보고 그 다음 네임벨류를 보고, 마지막으로 성능을 보고
그렇게 어설프게 고른 제 첫 렌즈는 바로
보는눈이 있는거같지 않나요? ㅎㅎ
시그마 특유의 선명도와 퀄리티, 깔끔한 경통디자인, 작고 가벼운 컴팩트함.
광각부터 표준에 이르는 전구간에서 뛰어난 접사성능과 밝은조리개, 그리고 성능과 반비례하는듯한 저렴한 가격.
이 모든걸 판단하고 고른건 당연히 아니였어요. 제가 A6000을 처음 봤던 그 느낌대로 골랐는데
알고보니 정답이였다. 라는 느낌이네요.
번들렌즈에서 시그마렌즈로 넘어오고난 뒤 다양한사진을 찍을수있게 되었어요.
접사구도라던가... 달사진이 찍고싶어져서 소니의 헝그리망원이라 불리는 55-210도 샀어요
그렇게 사진촬영에 재미가 붙고 자신이 생기면서 인스타그램도 시작했죠
추억을 간직하고자하는 욕망이 차오르게 되었어요
그런욕망에 액션캠과 외장마이크도 들이게되었죠.
아쉬움이 가득 남았던 첫 일본여행의 리벤지로 22년 연말에 다시한번
일본여행을 다녀왔고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ㅎㅎ
하고싶었던것들, 가보고싶었던곳들.
돌아다니며 신나게 셔터를 눌렀어요. 조용한 제 인스타그램에 아직까지 꾸준히 좋아요가 달리는
유일한 개시글이랍니다 ㅎㅎ
여기까지가 저번달. 23년 5월달까지의 히스토리에요.
왜 갑자기 여기서 끊었냐면 이제부터는 어쩌다 블로그까지 개설하게 되었는가가 나오거든요.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할말이 없을줄 알았는데 막상 첫줄을 때고나니 하고싶은말이 내심 많았나봅니다 ㅎ
다시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사진작가(예정)겸 유튜버(예정)겸 평범한 직장인. 넨고로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ㅎ